걷기 좋은 돌담길

 


돌담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역시 덕수궁이다. 시청에서 정동으로 가는 방면의 돌담길은 나도 모르게 지나간 옛사랑, 그리고 이문세의 옛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오래 전에 정동길에 가정법원이 있어 그 길을 지나가는 커플은 헤어진다는 소문. 나역시 그 정동길, 덕수궁 돌담길을 좋아라하다가 결국 헤어졌지만, 뭐 어쩌겠나. 받아들이는 수밖에.

그러나 이번에 소개하는 창덕궁 돌담길은 그런 불길한 소문이없다! 광화문에서 대학로를지나 서울 서북쪽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 늘 파란버스들이 열심히 다니는 곳이지만, 그 만큼 걷는 인적이 드물어 좋은 곳이기도하다.

대학로 서울대병원의 맞은 편에있는 창경궁에서부터 길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오랫동안(임란 이후부터 대원군의 경복궁 중건 이전까지..) 조선의 정궁이었던 창덕궁에 이르게된다. 창덕궁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시간을 맞춰 해설사와 함께 입장하는 곳으로, 질높은 해설과 관람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또한 조선왕실의 정원인 비원도 있다.

이어서 창덕궁에서 광화문방향으로 30초만 걸으면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인 '공간'사옥이 나온다. 그 옆에 공룡처럼 있는 현대그룹 사옥. 현대에서 억만금을 줄테니, 그 부지를 내놓으라 했지만, 절대 그러지 않겠다는 뒷 이야기가 있는 곳(아.. 꼭 안에 들어가보고 싶어라~ 단체관람이 가능하다). 그리고 지난 30년의 세월이 층층이 공존하고 있는 북촌 한옥마을의 시작.
이 모든게 창덕궁 돌담길에서 실행가능한 일들이니, 그 시작이 얼마나 창대한가. 반드시 걸어봐야 하는 길의 하나.

:: 우린 이 길을 말 없이 걸었지. 두 손은 마주 잡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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