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의 우울이거나 무기력할 때 보기 좋은 영화.
영화를 보고나면 '나도 모르게' 몸을 움직이게 된다.
Go Bernadette!

청소년 문학의 명가-사계절. 그 곳에서 한 사계절 문학상을 받은 수상작.

   작가의 첫 장편같은데, 술술 읽힌다.
  재미있으니, 부족한 모든 것들이 용서되는 책.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작가.
  시작을 함께해서 기쁘다.
  오합도, 오체도, 작가도, 모두의 꿈과 소망도.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시작하는 터라, 소설이 무겁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그건 정말 기우에 불과하다. 투쟁도 즐거워야 하는 이 마당에, 소설은 더 말해 무엇할까. 난쟁이로 나이트나 조야한 공연장에서 '공묘기'를 보여주는 아버지. 그리고 그의 쌍둥이 아들 합과 체. 아버지의 키를 유전적 형질로 타고난 그들에게 최대의 컴플렉스는 키. 청소년 소설, 성장문학에 답에 이 책은 합체 형제가 키라는 거대한 컴플렉스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피식피식 웃으며 읽었다. 


당신에게는 어떤 역사가 있나요?

2011년 상반기, 영화판을 넘어 대한민국을 '추억'으로 끌고간 써니.


'과속 스캔들' 로 주목받은 강형철 감독의 두번째 장편 상업영화로, 이 영화를 통해 그의 차기작 또한 자연스럽게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뷰에서 밝혔듯, (상업)영화란 영화관람비가 아깝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만큼 대중성, 적당한 감동과 적절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한 가지. 이 영화가, 이 감독이 주목받아야 하는 것은 영화 곳곳에 녹아있는 세심한 주변환경이다. 특히 이 영화는 미시사적인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하고 있어, 과하지 않게 영화를 탄탄하게 만들어 준다. 수지(민효린)의 새어머니가 전라도 사람이라는 이유로 나미(심은경)를 미워하는 장면에서 지역감정에 대한 견해를, 학생운동을 하는 오빠가 공무원인 아버지에게 군사정권의 하수인을 하는 것이 자랑스럽냐며 비아냥 거리는 장면에서는 군사정권에 대한 시각과 그에 응수하는 '현실'적인 아버지를 통해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평가를 한 가정의 밥상머리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학위논문의 주제가 되기도 하는 것을, 감독은 무심한듯 살짝 보여주면서 그가 의도한 그물에 걸리는 사람들에게만 선택적으로 생각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기술 덕분에 그의 영화는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낸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50%만 에둘러 표현하며 굳이 심각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포용하는 것이다.


'나도 역사가 있는 인생의 주인공이었어.'
'너는 주인공 얼굴이야.'


'고양이 대학살'로 기억한다. 프랑스 혁명을 국사책에서 배우는것처럼 통사적으로 나열하며/권력자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역사가 아니라, 그 시대를 살고 있던 사람들의 삶 한 조각, 한 조각 속에서 당시의 역사를 들춰내는 새로운 역사 서술 방식. 결국 이 영화는 이러한 문화사적인 방법론을 차용해, 한 소녀의 과거를 차곡히 담은 배경 속에서 감독의 생각을 훅 던진다. '나도 역사가 있는 인생의 주인공이었어.', '너는 주인공 얼굴이야.' 결국 중년 여성이 된 2011년의 지금이던, 1980년대의 소녀들이던간에, 그 동안 잊고 있었던 '나'를 '주체'로 만들어낸다. 영화의 내용은 결국 한 동안 유행했던 '자서전' 써보기와 같다. 그러나 그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폭발력에 있어서 인문학은 영화에 견줄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보고나면, 나도 내 삶을 되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그래, 나도 내 삶의 주인공이지..' 하는 생각이 뭉클하니까!

동화같은 결론의 허약함을 아쉬움으로 남겨두더라도, 감독이 자신의 주장을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강요하지 않는 방식으로 잘 버무린 (상업)영화.

어제 생협에서 하는 강연회에 다녀왔다. 교수보다는 조치원의 한 마을 이장님으로 익숙한 강수돌 교수. 강연의 제목은 '나부터 교육혁명'. 자기 변화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나는 교육이라는 중요한 주제와 처음 듣게 되는 연사의 강연을 기대하며, 그 곳을 찾아갔다. 그러나 이게 왠걸, 강의 시간이 다다라 도착한 그 곳에 있었던 것은 학부모, 그것도 어머니들이 대부분 참석하고 있는 것이었다. 생협 회원이 가정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어머니 이겠다 싶어 잠자코 강연을 기다리는 데, 참가비 천원을 내고 받은 자료집에는 '대한민국 초딩으로 산다는 것', 그리고 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교육철학이 어떠해야, 우리가, 그리고 어린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미 늦었다 싶었지만, 강연비도 지불했겠다, 강수돌 교수도 꼭 한번은 만나보고 싶었던 분이기에 자리를 지켰다.


'지식 채널 e'에서 제작한 초등학생의 성적 압박에 대한 영상물을 보고, 이어 본격적인 강연이 시작되었다. '삶의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왜 사는가?' 라는 원론적인 질문에서 시작한 강연은 인간의 '행복'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이어졌다.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이 무엇인지를 짚으면서, 피라미드 형태의 줄세우기 경쟁이 과연 한국 사회의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가를 조목조목 비판하였다. 그는 '국가 경쟁력'이라는 말을 매우 싫어하지만, 그 용어를 빌려서 사용하더라도, 경쟁이 결코 아이의 창의력과 인성의 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했다.
 
문득 얼마전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미국이 인디언의 땅을 지배하고, 그들을 근대적인 공교육의 시스템에 편입시키려고 했을때 치렀던 시험 시간이었다. 어려운 문제가 나오자, 인디언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의 답을 찾기위해 토의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당황한 선생님은 이건 시험이고, 너희들은 각자의 실력으로 시험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 학생이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우리는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에는, 함께 모여서 가장 현명한 답을 찾기 위해 협동하라고 배웠다. 지금 우리는 어려운 시험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함께 지혜를 모으고 있는 중인데, 이것이 잘못된 것인가. 경쟁이라는 틀 속에서 개인의 실력이 올라가고, 평준화가 결국은 교육 수준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미국식 교육의 환상이다.

하루종일 국영수를 배우고, 그리고도 학원을 몇 군데 전전한다.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 성적으로 아이의 자긍심이 결정되는 한국 교육. 그 영상을 보고, 강연을 들으면서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나의 학업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던 부모님. 그 덕에 나는 초중고를 우수한 성적으로 다녔고, 대학 수업도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다른 사람을 만나거나, 내 어린 시절을 되돌아 볼 때, 딱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내가 어린시절 배워야 할 것을 배우지 못했다는 아쉬움만 자꾸 남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전 읽은 『고등어를 금하노라』가 생각났다. 고등학교 이후 독일에서 거주하며, 독일 태생의 남편을 만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저자가 자신의 생활 이야기를 그려낸 책인데, 가장 관심이 깊었던 부분은, 부부의 교육철학과, 부모됨에 대한 고민을 실천하려는 모습이었다.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나, 가장 우수한 교육시설, 교재가 아니라, 부모와 함께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라는 생각에 그들은 일을 줄인다. 적은 돈으로 지지리 궁상을 떨며 살기도 하지만, 자전거와 대중교통으로도 생활에 불편함은 없고, 월세와 생활비와 작은 저죽, 그리고 나눔까지 실천하고 있다는 이들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참부모의 모습과 참된 교육, 인간의 인성을 배려한 사회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였다. 

강연의 맥락도 이와 이어졌다. 피라미드 구조의 교육계층사회에서는 성적으로만 아이를 평가하게 되며, 결국 그 사회는 오래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그렇다. 초등학교때에는 그 많은 국제 올림피아드 대회에서 상도 타오는데, 고등학교, 대학 이후로는 취직과 돈버는 직업만을 찾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지 않은가. 문제를 잘 푸는 '방법', 일을 효율적으로 잘하는 '노하우'에만 집착하다가, 정작 사람이 기술자가 되고, 기계가 되어 가고 있었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인간다움'과 '꿈' 등이 아니었던가. 

선생은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지, 우리 사회가 더욱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며, 작은 실천이라도 지금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나의 평가기준에 의한 줄세우기가 아니라, 민영이의 특성대로, 다경이의 특성대로 각자를 다른 기준에 의해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며, 다른 특기가 다른 양의 소득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대학 줄세우기도 자연스레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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